논평

광진구청은 결혼정보 회사가 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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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청은 올해 저출산 대응을 위한 여러 사업계획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18년 예산 3,350,000원 대비 거의 10배에 가까운 예산 증액(30,260,000원)으로 출산장려 정책을 계획하고 있어 얼마나 이 사업을 광진구청에서 중요하게 다루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출산장려정책 활성화]의 세부 사업을 들여다보면 심히 우려가 된다. 특히 업무추진비 외 가장 큰 비용이 지출되는 민간이전 사업비 2천만 원을 ▲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출산장려 인식개선 교육 진행 ▲ “미혼남녀 만남의 장”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우리는 작년 서울시 젠더거버넌스 정책 모니터링을 통해 이 사업의 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한바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지연하거나 기피하는지에 대해서 진정한 이유를 모르는가? 장시간 노동, 돌봄 비용의 증가, 여성의 경력단절과 직장 내 성차별, 성역할 고정관념과 여성의 이중노동의 결과물이 바로 저출산이다.

인구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초등학생부터 교육을 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평등 교육과 노동시간 단축, 실질임금 증가, 양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의 역할 강화, 양육에 대한 기업의 인식개선이다.

영유아를 키우는 기혼 남성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미션 같은 것이다. 육아휴직을 쓰는 순간 직장에서 눈치보고, 생계비가 하락하는 경험을 하는데, 안 그래도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누가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싶겠는가. OECD 성별 임금격차 1위, 비정규직의 여성화, 여전히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직장에서 배제되는 것이 기본 옵션인 여성의 현실은 더욱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둘째, “미혼 남녀 주선 프로그램”은 더더욱 출산장려 대책으로 적절하지 않다. 남녀 이성애적 만남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출산을 하는 것인가? 저출산은, 결혼한 남녀 커플이 자녀를 적게 낳거나 낳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지자체가 나서서 소개팅을 주선하는 것인가? 작년 젠더거버넌스 환류간담회 때 우리는 이러한 계획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사자의 성적 정체성과 성별 정체성, 그리고 결혼을 할지 여부의 선택권은 무시된 채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강제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성애중심의 결혼제도’에 갇힌 문화를 강요할 뿐, 출산과 직결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다. 미혼남녀 주선 사업은 이미 충청남도 등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게다가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또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불법촬영, 디지털 성범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청년 여성들은 ‘과연 안전한 연애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무원조차 불법촬영으로 검거되는 마당에 광진구는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미혼 남녀 만남 지원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 사업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전혀 관계없던 남녀를 만남 주선하는 것에서 우리는 결혼과 출산의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듭 말하지만 성평등 의식과 인권의식을 위한 교육 강화이다.

전년도 대비 예산이 10배로 증액 되는 만큼 더더욱 성인지적 관점에서 이 사업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유럽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바우처 등 현금 보조가 아닌)직접적인 보육 서비스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하고, 해당 국가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 대한 보편 보육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손 세정제와 십만 원대의 일시적인 출산 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정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원인 분석부터 다시 해야 한다.
우리는 광진구청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출산장려 정책을 다시 재검토하라.
하나, 젠더거버넌스 활동은 공무원의 인센티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 정책에 대한 젠더거버넌스 정책 개선안을 적극 반영하라.
하나, 이번 조례 개정으로 “광진구 저출생 대책 민·관 협의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구수 해결’이 아닌 ‘성평등’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여성단체, 지역시민단체 등을 포함하여 구성하라.

2019년 6월 27일

서울여성회 지부 동서울여성회, 광진구 여성모임 라랄라, 동서울시민의힘